평판 FR-4 시편 시험에서 열충격 100 사이클을 거뜬히 견디고 인증까지 받은 코팅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부품을 올린 기판에 적용했더니, 불과 20–100 사이클 만에 코팅이 깨져버렸습니다. 2015년 Taylor와 Kinner가 보고한 실제 연구 결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품 견적서에는 이런 성능 차이가 적히지 않습니다.
코팅을 선택하는 기준은 결국 '단 하나의 부등식'으로 귀결됩니다.
"고장 난 부품을 회수해서 수리하는 비용이, 코팅비 차액보다 큰가?"
이 부등식의 양변을 하나씩 채워보겠습니다.
1. 견적서는 '1회 도포 단가'만 보여줍니다
액상 코팅의 단가는 재료비, 그리고 도포와 경화에 드는 시간에서 결정됩니다.
반면, 파릴렌(Parylene) 단가는 진공 챔버를 한 번 가동하는 '배치(batch) 고정비'와 '마스킹 공수'에서 나옵니다. 이 배치 비용은 코팅할 부품이 1개든 100개든 거의 동일합니다.
(주)와인에서 실측한 Parylene C의 증착 시간은 25 µm 기준 10–17시간입니다. 여기에 마스킹 작업이 추가됩니다. 기체 상태의 단량체(monomer)는 공기가 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침투하기 때문에, 코팅하면 안 되는 구역을 빈틈없이 막아야 합니다. 파릴렌 공정에서 사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단계가 바로 이 마스킹이죠.
단순히 '1회 도포 단가'만 비교하면 파릴렌이 불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비교는 제품이 출하되는 첫날까지만 계산한 값입니다.
2. 같은 규격을 만족해도 두께는 3–4배 차이 납니다
전자기기 조립 표준인 IPC-A-610에서는 코팅 유형별 두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 코팅 유형 | 규정 두께 범위 |
|---|---|
| 아크릴(AR) · 에폭시(ER) · 우레탄(UR) | 0.03–0.13 mm (30–130 µm) |
| 실리콘(SR) | 0.05–0.21 mm (50–210 µm) |
| 파릴렌(XY) | 0.01–0.05 mm (10–50 µm) |
파릴렌의 가장 두꺼운 상한선(50 µm)이 실리콘의 가장 얇은 하한선과 같습니다. 아크릴이나 우레탄과 비교해도 규정 두께가 3–4배나 차이 납니다.
두께는 곧 무게이자 치수입니다. 커넥터 피치가 매우 좁거나 조립 공차가 엄격한 부품에는 130 µm 두께의 액상 코팅을 아예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품에서는 비용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코팅이 파릴렌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주)와인은 Parylene 코팅을 0.5–50 µm 두께 범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3. 평면에서 측정한 두께는 가장 취약한 곳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액상 코팅은 표면장력의 영향을 받습니다. 모서리나 날카로운 엣지(sharp edge)에서는 막이 얇아지고,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 고이게 됩니다. 결국 '평면에서 측정한 두께'와 '가장 먼저 뚫리는 위치의 두께'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두에 언급한 시험 결과가 바로 이 격차를 잘 보여줍니다. Taylor와 Kinner의 연구에 따르면, 평판 FR-4에서 열충격 100 사이클을 견딘 UV 경화 코팅이 부품을 실장한 실제 시험판에서는 20–100 사이클 사이에 파손되었습니다. 같은 아크릴 재료라도 도포 방식에 따라 염수 분무 시험의 성능이 갈렸죠. 두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
"IPC-CC-830 요건을 만족한 재료라고 해서, 실제 가동 환경에서의 성능까지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면 파릴렌은 기상 증착 방식이기 때문에 기판의 복잡한 형상을 그대로 따라가며 균일하게 막을 형성합니다. (주)와인은 전 표면의 두께 편차를 ±10%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하며, 밀착력은 Cross-hatch 시험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있습니다.
인증 규격을 통과했다는 '도장' 하나만 믿고 두 코팅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면, 부등식 왼쪽의 '줄어드는 고장 건수'를 0으로 두고 계산하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4. 파릴렌이 불리한 항목 — 재작업(Rework)
물론 파릴렌이 불리한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IPC-7711/7721 표준은 코팅 제거 절차를 식별, 용제, 박리, 열, 연마·긁기, 마이크로 블라스트 등 6가지로 규정합니다.
이 중 가장 간편한 용제(solvent) 방식은 액상 코팅에는 잘 듣지만,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난 파릴렌에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파릴렌을 제거하려면 연마나 마이크로 블라스트 방식으로 해당 부위를 직접 긁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코팅하려면 챔버 배치를 한 번 더 돌려야 하죠. 따라서 현장 수리와 부품 교체가 자주 발생하는 설계 구조라면 건당 재작업 비용이 추가됩니다.
5. 그래서, 결국 어디서 갈릴까요?
앞서 다룬 항목들을 하나의 부등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액상 대비 줄어드는 연간 고장 건수) × (고장 1건당 회수·교체·다운타임 비용) > (파릴렌 추가 단가) × (수량)
이 부등식에서 왼쪽(고장 방지 이득)이 더 크다면 파릴렌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저렴합니다. 제품 조건에 따라 유리한 쪽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품 및 사용 환경 조건 | 유리한 코팅 방식 |
|---|---|
| 부품 단가가 낮고 교체가 쉽다 | 액상 코팅 |
| 현장 수리와 재작업이 기본 설계에 포함되어 있다 | 액상 코팅 |
| 기판 형상이 평면에 가깝고, 노출 환경이 가혹하지 않다 | 액상 코팅 |
| 회수 및 교체 비용이 코팅 비용 차액을 훌쩍 넘어선다 (이식형 의료기기, 야외 설비, 배기 라인, 차량용 부품 등) | 파릴렌 |
| 커넥터 안쪽이나 미세한 구조까지 완벽히 덮어야 한다 | 파릴렌 |
| 두께와 무게에 여유가 전혀 없다 | 파릴렌 |
| 부품이 세척용 용제나 경화 열을 견디지 못한다 | 파릴렌 |
"어느 코팅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이 부품이 필드에서 고장 났을 때, 한 건당 얼마의 손실이 발생하는가?"
이 정확한 값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만이, 제품에 가장 최적화된 코팅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Specialty Coating Systems, Conformal Coating Specifications — IPC-A-610 규정 두께, 액상 코팅의 엣지 두께 감소.
- C. Taylor & P. Kinner (Electrolube), IPC-CC-830B vs. the 'Real World', Printed Circuit Design & Fab (2015) — 평판 시편 인증과 실장 시험판 성능 차이.
- Specialty Coating Systems, Conformal Coating Removal Standards — IPC-7711/7721 제거 절차 6종.
- Specialty Coating Systems, Parylene Masking — 마스킹이 가장 노동집약적 단계라는 기술.
두께 규정과 시험 결과는 위 공개 자료를 따릅니다. 증착 시간 10–17시간, 두께 편차 ±10%, 운영 두께 0.5–50 µm는 (주)와인 실측 기준이며 계약 보증 사양이 아닙니다. 부등식 양변 값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고장 1건 비용과 현재 고장률은 발주사가 가진 필드 데이터로 채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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